정성을 다해 드리는 기도

어느 신부님의 체험담입니다. 그 신부님께서 부제때에 나병환자들이 있는 소록도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셨다고 합니다.

어느 추운 겨울날 부제님이 일을 마치시고 성당에들어가려다 보니, 두 손 두 발이 뭉뚝해진 환자 한분이, 성당 문 앞에서 이마에 피를 흘리며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것을 보았습니다. 깜짝 놀란 부제님이 그 환자분에게 어찌된 일인지 물어보니, 그분이 평소에 성당에 와서 이렇게 이마로 성당 문을 두드리면 안에 있는 분이 문을 열어주셨답니다. 그런데 오늘은 사람이 없는지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는다며, 그렇게 이마에 피가 흘릴 정도로 문을 두드리고 계셨더랍니다.

그 모습을 보다가 너무 안쓰러워 그 환자를 안아 들고 함께 십자가의 길을 바친 후, 부제님이 왜 이렇게 열심히 기도를 하느냐 물었더니, 그분이 하시는 말씀이,나를 돌봐주느라 고생하시는 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일이 이것 밖에 없다고 하시더랍니다.

시간이 흘러서 그 부제님이 신부님이 되신 후, 어느 날 소록도에서 전화가 왔는데, 그 환자가 돌아가시려고 하는데 신부님을 찾으신다고, 그곳까지 와 주실수 있으시냐고 물었습니다. 물론 신부님은 먼 길 마다않고 달려갔습니다.

나환자 분은 눈물을 흘리며 신부님께 말씀하셨습니다. “신부님, 제가 죽어서 하느님께 가면 다른 건 다괜찮은데, 그냥 이 모양 이 꼴로 살아도 좋은데, 제발손가락 두 개만 지닐 수 있도록 기도 해주십시오.” 신부님이 그 이유를 묻자, “세상의 모든 고통 받는 사람을 위해서 묵주기도를 하고 싶은데, 손가락 두 개가 없어서 묵주를 쥘 수가 없습니다.” 하시더랍니다.

우리가 TV 연속극을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돌리는 묵주, 옆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얼굴조차 보기 싫어 두 눈을 꼭 감고 돌리는 묵주.

하지만 천국에 가서조차 자신의 두 다리와 두 손을 못 써도 좋으니, 뭉그러져 고름이 흐르는 얼굴로 세상 끝나는 날까지 영원토록 지내도 좋으니, 제발 묵주를 쥘 수 있는 손가락 두 개만 달라고 기도를 청하는, 이 나환우의 사연을 듣고도 우리가 무성의하게 묵주기도를 바칠 수 있겠습니까?

손가락 두 개만으로도 하느님께 대한 무한한 사랑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너무나도 사랑하시어 단지 손가락 두 개만 주신 것이 아니라, 멀쩡한 사지와 올바른 영혼을 선물하셨습니다. 우리가 이 모든 것을 가지고도 올곧은 마음으로 주님을 섬기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주님께, 그리고 나환우와 같이 주님을 섬기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 이들에게 정말 부끄럽고 죄송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긴장을 늦추지 말고 세속의 죄악과 싸워 이기며, 주님께로 한걸음씩 나갑시다. 우리의 무기는 미사와 기도이고 주님께서 주신 건강한 두 손과 두 발이며, 하느님과 이웃을 향한 열정적인 사랑의 마음입니다.